내게 맺히기 원하는 성령의 열매, “충성”

Connected.

출장지에 내리면 핸드폰부터 점검합니다. 무선 신호가 잡히는지, 데이터 연결은 되는지를 확인한 뒤 이를 시험해 본답시고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회사 이메일이 되었든 늘상 보는 그저 그런 뉴(New)-스가 되었든 누가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없나 보다 정확히는 내가 찾아야 할 다른 것이 없나, 손바닥의 스크린 안에서 헤매입니다.

그렇게 연결된 통로 속으로 나를 흘려 보내고 나면 애석하게도 남는 게 없습니다. 굳이 찾아보면 갑갑한 세상에 대한 걱정과 변함없는 부장님의 지시에 대한 미움, 계속 억지를 부리는 고객에 대한 원망 뿐입니다. 물론 가끔은 기쁘고 즐거운 소식도 들려오지만 적어도 그 작은 창은 참된 유익함을 누리는 도구라고 하기에는 너무 요란합니다.

제가 연결돼야 하고, 꼭 새로운 곳이 아니더라도 변함없이 연결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하나님과의 연결임을 고백합니다. 하나님께 연결 되서 그 분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과감히 전화기를 들고 하나님께 여쭤보고, 그 음성 듣고 다시 힘을 얻어 하루뿐만 아니라 당장의 한 시간, 일 분을 올바른 소통으로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하나님이 신실하심으로 저를 돌봐 주시듯 저 또한 잊지 않고 그분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Faithfulness

충성

타협될 수 없는, 자기 주군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의 개념 이상으로 제게 필요한 것은 변함없는 신실함일 것입니다. 필요 이상의 정보가 쏟아지다 보니 깊이를 더하기 보다 그때 그때 필요한 것만 취하고 기억하는 instant 습관이 제 안에 자리잡았습니다. 적어도 하나님께 만큼은 그분께 충성된 종으로 변함없이 섬기고 싶습니다. 땅을 파는 일이라도 내 마음의 깊이를 더한다는 생각으로 파 들어가고, 현상만 좇는 휘발성 강한 자극에도 깊이 있는 중심으로 하나님만을 바라보고 싶습니다.

잔뜩 찌푸린 폴란드 북부의 겨울 하늘 아래, 그래도 밝아오는 아침을 바라보며,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Papa kann Alles machen!

28개월 준이와 13개월 현이를 데리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시작한 독일로의 귀국길. 내 인생에 있어 가장 긴 비행이었다.

Papa muss Alles machen.

승무원 분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승객분들이 우리 가족을 기억하실 수 있을 터였다. 전날 ‘설레임’으로 잠못이룬 내 체력도 결국 아들 둘이 느끼는 답답함에 무너지고 말았다. 집에 들어와 짐을 정리하고 나니, 아내가 나도 모르게 지나쳤던 말 실수를 깨닫게 해 주기도 했다.

그랬다.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그 안에서 느끼고 있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내 마음은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아빠로서 한 번 멋지게 해보겠다는 나의 설레임은 비행이 시작된지 채 2 시간이 가기도 전에 지쳐 갔고, 어린 아들 둘이 모두 ‘자기만의 엄마’를 찾으며 다른 승객들은 아랑곳 없이 보챌 때 무너졌다.

어찌 보면 아빠로서의 책임감이 자존감으로 더해져, 정작 아이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인식에 상처를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교만함으로 더해져, 난 잘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생각에 상처 받은 척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도 같고 말이다.

아내의 사랑

아내 승혜의 사랑은 그야말로 헌신적이었다. 내 얼굴에 당연히 드러났을 지친 기색과 짜증 섞인 반응에도, 아내는 차분하고 꾸준히 아이들의 필요를 하나 둘 충족시켜 줬다. 난 살고 보겠다는 심정(^^?)으로 기내식을 허겁지겁 먹었는데, 도착할 때 즈음 생각해 보니 아내는 식사는 물론, 흔한 음료 한 잔 제대로 마시지 못했던 것 같았다.

우리나라가 아닌 먼 나라에서 일하는 나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고 생각해 버릴 수도 있었을텐데.. 아내는 서로 자기 엄마라고 다투듯 투정을 부리는 아이들의 틈바구니에서도 변함없이 미소를 전하고 있었다. 그 덕분이었을까. 인천공항을 이륙해 7시간이 넘은 뒤 드디어 첫 아들 준이가 잠이 들었다! 휴우~ 이어서 도착 두 시간 전 즈음, 드디어 둘째도 잠이 들었다.

Papa kann Alles machen!

대박이었다. 아내와 내가 12시간이 넘는 비행에서 함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은 둘째 현이가 잠든지 10분 후, 비행이 2시간이 채 남지 않았을 때였다. 게다가 4명의 가족 중 편도 티켓을 끊은 현이 자리가 가장 비쌌는데, 그 자리는 그 때까지 계속 ‘짐 칸’이었다가 드디어 좌석이 됐다.

옆자리의 독일 남자분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 본인도 두 살 난 아들을 키우고 계신다는 인사를 듣고 나 또한 잠시 눈을 감았는데, 순간 그 분의 얘기였는지 내 머리 속에서 들린 소리는 “Papa muss…”가 아닌 “kann”, 아빠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아닌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능력의 조동사였다.

능력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 내 힘으로 해보겠다는 의무감으로 벌였던 비행은 나를 무너지게 했다. 늘 오가는 여정이었고 익숙한 비행기였지만, 좌석 스크린에 나타난 비행 잔여 시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나의 조급함은 아이들을 불안하게 했고, 이들을 섬겨야 한다는 의무감은 이내 피곤으로 바뀌었다.

어느새 이틀이 지났다. 어제는 회사에서, 오늘은 집에서, 치열한 일상은 변함없지만 계속 손과 발을 움직이련다. 순종함으로, 능력의 아버지를 체험하는 올 한 해가 되길 기도한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냉장고 청소

사랑하는 아내와 준이가 한국으로 떠난지도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이제 곧 둘째 현이와 함께 독일로 돌아올 시간이 다가왔는데, 밀린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냉장고

아내가 떠나며 미리 내가 먹을 것들을 남겨 놓고 가겠다고 한 터였다. “아냐아냐, 괜찮아, 어차피 주중에는 집에서 식사도 못할텐데”. 독일에 와서 이제 갓 2살이 지난 준이와 함께 처음 귀국길에 오르는 아내의 분주한 마음을 돕고자 ‘필요 없다’고 했다. ㅎㅎ 덕분에 좋아하는 피자, 햄버거, 라면 3 종 세트를 지금도 먹고 있지만.. ^-^ ㅋ..

혼자 지내려다 보니, 주방에 있는 작은 냉장고와 식당에 있는 김치 냉장고의 내용물을 합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처음 일은 시작됐다. (독일은 전기 요금이 꽤 비싼 편이다. 한국의 3~4배라고도 하는데, 요즘 원자력 발전을 중지하며 더욱 크게 인상되는 중이다)

내용물

와.. 가관이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것은 물론이고, 그냥 맛있겠다 싶어 집어 온 각종 식품들이 냉장고 구석 구석을 채우고 있었다. ‘흠~ 이건 내가 먹어야지’, ‘요것도 있었네’. 호기심 만발, 의기 양양. 버릴 식품들을 모으고, 내용물을 비운 용기들을 설거지 하며 ‘이렇게 먹을 게 많이 있었네’라고 뿌듯해 했다. 두 달 전에.

그리고 이제 가족들이 들이닥치기 전 마지막 주말. 그 때 비어진 냉장고의 문을 여는 순간. 아차차차… ㅠㅠv 전원이 꺼진 냉장고의 문을 2달 간 닫아 두고 숙성시킨 상태는 가관이었다. 가전제품 매장에 진열된 냉장고들이 내용물도 없이 가끔 왜 돌아가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도 좋을터. 각종 곰팡이가 살짝.. 먼지처럼 선을 그리며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청소

결국 오늘 저녁 일을 벌렸다. 그래도 독일이 세제는 용도와 종류별로 확실하기에. 살균제를 먼저 뿌려 대응하고, 락스 용액을 물에 풀어 수세미로 삭삭.. 이후에는 다시 마른 행주(깨끗한 걸레)로 물기를 닦아 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칸칸이 틈틈이를 공략해 들어온 곰팡이와 한 바탕 하는데는 손이 많이 갔다.

한 30~40분 정도나 지났을까. 음~ 나름 깨끗한 만족감. 청소를 하며 별별 생각을 다했었다. 냉장고 청소 방법을 적어둔 인터넷 블로그를 찾아볼까.. 요 부분은 어떻게 닦아내야 할까.. 왜 냉장고 디자이너는 유리판을 플라스틱에 이렇게 끼웠을까 등등..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아내와 아이들이 “먹을 것”을 넣는 공간이 청결해진 것 같아 다행이다.

냉장고 청소

후기

개인적으로 냉장고 청소가 아내의 일상을 이해하는 소중한 도구가 됐다고 생각한다. 조금 과장하면, 늘 먹을 것을 챙기는 밀림의 암사자 처럼 ^^, 아내의 장보기와 나의 끼워넣기가 만나 지금의 냉장고 내용물을 채워넣었다. 아내의 장보기는 분명 내 것보다 현실에 충실했고, 준비성이 있는 아이템들이었다. 결국 두 달 전에 발견한 것들, 아직도 그대로 있다. ㅠㅠ 로망 아닌 절망.

냉장고 청소를 도우실 남편 분들에 대한 조언;
남성이 자동차, 카메라라면, 여성은 가방과 냉장고인 듯 싶습니다. 마음 먹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군대 신병 때 마음으로 고무장갑 끼면 생각보다 뿌듯합니다. ^-^ 단, 아내의 가방을 들여다 본다고 생각하시고 내용물에 대해서는 가능한(절대!) 아내에게 피드백 하지 마세요~ 조심스럽게, 버릴 것은 제외하고 내용물은 있던 자리에 다시 돌려놓는다는 자세로 임하시면 제대로 반응이 올 것입니다. 나름 얻게 되는게 분명히 있습니다. ^-^/ 남편분들, 홧팅입니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순종의 기쁨

2013년. 세상에 솔직히 연도 숫자가 커져 가는 것은 2000년 이후에 별 다른 느낌을 갖고 있지 않았는데, 어느새 뱀의 해가 됐다. 서른 여섯. 12년의 띠 동갑이 세 바퀴를 돌았다.

“네”

연말을 앞두고 이태리로 향했다. 혼자서 쓸쓸히 떠난 여행이지만 먹을 것들을 든든히 챙기고 오가며 들을 말씀과 음악들을 메모리카드에 가득 담고, 오스트리아를 지나 베네치아로, 다시 독일로 돌아와 근무를 하고 이번엔 스위스를 지나 피렌체와 로마로. 짧지 않은 여정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로마에서 뜻 밖에 Catacombe를 방문하게 됐다. 일찍이 처음 그리스도를 삶의 주님으로 영접하고, 극심한 탄압 가운데서도 묵묵히 자기의 신앙을 지켜갔던 이들이 찾았던 지하 공간, 카타콤베. 피렌체의 아름다움보다도 로마의 찬란했던 유적들보다도 지하 동굴 속의 어둠 속에 남겨진 그들의 흔적들이 강렬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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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돌아보면 지난 한 해는 나의 교만이 또 한번 드러났던 안타까움의 연속이었다. 예수님을 믿는다 하면서도 세상의 가르침과 직장의 선배들에게 온전하게 “네”라고 대답하지 못했던, 그 뿐 아니라 세상의 뉴스와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판단하고 나는 다를 수 있다고 자위했던 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강인한 순종

로마 시내 외곽에 자리한 카타콤베는 이러한 나의 자아를 깊이 있게 돌아보게 해주었다. 안내해 주신 분이 잠시 불을 끄자 찾아 온 어둠 속에서, 세상의 권력 앞에서 용기 있게 순종한 신앙의 선배들의 강인함이 결국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지금 내게도 전해졌음을 돌아봤다. 다음 날 찾아간 바티칸이 초라해 보일 정도로, 그 분들의 믿음과 순종은 찬란했다.

두 세상에서 승리자로 서기 위해 올 한 해 나의 비전을 “순종”으로 삼았다. 때로는 어렵고 힘들겠지만, 나와 다른 모습들 앞에 “네”라고 고백할 때 삶의 지경이 넓혀지고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세상에서 주님의 향기를 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하나님께 순종하기 위해 그 분의 말씀을 더욱 찾아 보고 기도하는 개인 지성소의 시간을 넓혀가야 함은 물론이다.

기쁨

요즘에는 특히 더 순종의 기쁨이 많이 잊혀진 것 같다. 자유분방한 의견들로 채워진 가상의 공간들은 서로의 연약함을 감싸주기 보다 강인함을 자극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Fellowship의 가치와 충성된 종의 역할이 리더십을 논하기 앞서 내 자신에게 자리하길 소망하고, 이를 위해 머리의 생각보다 앞선 말과 행동의 순종을 훈련해 가는 한 해로 삼아가겠다. 이름 없는 이들의 연약한 순종이 결국 강인한 진리와 충만한 기쁨을 더해줬음을 믿으며 그 반석 위에 오늘도 무릎 꿇는 삶이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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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