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공항에서 러시아 내륙 도시로 향하는 길. 예상대로 오래된 작은 비행기에 올라 창가에 앉았다. 날개 중간에 보이는 심상치 않은 굴곡. 금이 간 단면에 노란색이 비쳐 걱정은 됐지만, 오래된 상처로 충분히 아문 것 같은(?) 느낌에 애써 안심하려는 순간.
갑자기 게이트를 떠나는 비행기 너머로 저 멀리서 안된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한 사람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이런! 멈춰야해!' 하지만 그것도 잠시. 속도를 높여 비행기는 활주로로 향했고 손을 내젖던 사람은 단념한 듯 그냥 가라는 손짓을 했다.
"이래서 러시아 사람들은 보통 기차를 타죠" 같은 상황을 창너머로 보고 있던 옆 자리 친구가 태연하게 말했다. ㅠㅠv
 러시아 비행기 창 밖의 모습, 구름을 지나며 맺힌 이슬이 유리창에 금새 얼어 붙었다
스피드
도착지 상공을 선회하는 비행기 안에서 '혹시 조종사가 길을 물어보기 위해 핸드폰 통화 중이 아닐까^^?'란 발칙한 상상을 해봤다. 그러고 보니 아까 옆 자리 친구와 얘기한 기차도, 이 비행기도, 그리고 곧 우리나라 우주인을 탄생시킬 러시아 로켓도 모두 "속도" 하나에 있어서는 대단한 것들.
그런데 이들 모두 빠를 수록 관제(Control)가 필요하다. 차가 빨리 달리기 위한 전용도로, 기차가 자유로운 철도, 그리고 비행기에게 길을 알려주는 관제탑, 하물며 로켓은 초 단위까지 발사 시간을 맞추지 않는가.
내 삶의 통제
속도에만 정신없는 때, 남들보다 느림을 탓하고 제 멋대로 살기를 원할 수록 영원히 멈춰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계해야겠다. 수많은 애벌레들이 그저 친구들을 따라 올라가야 했던 이야기, "꽃들에게 희망을". 결국 자기 자리에 멈춰 스스로를 실로 묶고 내일을 준비한 이들이 환한 날개를 펴는 순간. 그들은 꽃들을 향해 또 다른 생명을 잉태하도록 돕는 삶의 목적을 찾고 높은 하늘을 날았다.
내 삶의 지나친 속도를 통제하고, 때로는 가만히 생각하는 안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요즘이다. 달려 나가기 보다 일상의 컨트롤 센터를 높이 세우고, 나를 향한 방향의 신호를 파악해 조타수를 잡자. 엑셀레이터는 그 다음에 꾸욱 눌러 밟아도 무방하다.
'언제나 행복 속에서...' ~~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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